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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후기

입문자를 위한 화성학 책 가이드! 백병동 vs 김홍인, 비입시생도 볼 만할까?

by 키안's 2026. 7. 10.

 

 

 

 

레슨을 하다 보면 학생들에게 정말 자주 받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선생님, 화성학을 제대로 공부해 보고 싶은데 책은 뭘 사야 할까요?"

처음에는 저도 선뜻 답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왜냐하면 인터넷을 찾아보면 추천하는 책이 거의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백병동 화성학》과 《김홍인 화성》입니다.

음악을 조금만 공부해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만큼 유명한 책들이죠.

그런데 문제는 대부분의 추천이 음대 입시생 기준이라는 점입니다.

"백병동은 몇 회독 해야 한다."

"김홍인부터 끝내고 넘어가라."

이런 이야기는 정말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입시를 준비하지 않는 사람도 이 책들을 봐야 할까?

취미로 작곡을 시작한 사람,

피아노를 치다가 화성이 궁금해진 사람,

클래식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같은 답이 맞을까요?

레슨을 하면서도 이런 질문을 여러 번 받아왔고, 실제로 두 책을 모두 활용해 본 입장에서 제 생각을 한번 정리해 보고 싶었습니다.

오늘은 비입시생의 관점을 더 많이 고려해서 《백병동 화성학》과 《김홍인 화성》을 비교해 보고,

어떤 사람에게 어떤 책이 더 잘 맞는지 솔직하게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김홍인, 백병동 화성학

목차

  1. 냉정한 현실: 비입시생이 이 두 책으로 시작해도 될까?
  2. 대한민국 화성학의 교과서: 《백병동 화성학》 분석
  3. 조금 더 친절한 클래식의 정석: 《김홍인 화성》 분석
  4. 한눈에 보는 백병동 vs 김홍인 비교
  5. 취미 작곡가/입문자를 위한 현실적인 화성학 공부법

1. 냉정한 현실: 비입시생이 이 두 책으로 시작해도 될까?

 간혹 이런 분들이 계십니다.

"유명하다고 해서 백병동 화성학을 샀는데 한 장 넘기기도 어렵더라고요."

또 어떤 분은 김홍인 화성을 펼쳐보고는 "제가 너무 어려운 책을 산 걸까요?"라고 웃으며 말씀하시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건 그분들의 문제가 아닙니다.

두 책 모두 처음부터 입문자를 대상으로 만든 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들이 화성학이라고 하면 코드(C, G, Am, F)를 배우는 정도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백병동 화성학》과 《김홍인 화성》은 조금 결이 다릅니다.

두 책이 다루는 것은 전통 화성학(Classical Harmony) 입니다.

쉽게 말하면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시대의 작곡 원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화성학입니다.

그래서 단순히 코드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 소프라노
  • 알토
  • 테너
  • 베이스

네 개의 성부가 어떻게 움직여야 자연스러운지,

성부 진행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병행5도나 병행8도 같은 금기 사항은 왜 생겼는지까지 배우게 됩니다.

이런 내용을 배우다 보면 자연스럽게 4성부 배치와 성부 진행이 공부의 중심이 됩니다.

그래서 목적에 따라 체감 난이도가 크게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 팝송 코드를 분석하고 싶은 사람
  • 미디 작곡을 시작하려는 사람
  • 건반에서 코드를 쉽게 잡고 싶은 사람

이라면 처음부터 이 두 책을 펼쳤을 때 생각보다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 클래식 작곡 원리를 깊게 이해하고 싶은 사람
  • 오케스트레이션이나 스트링 편곡까지 공부하고 싶은 사람
  • 화성 진행의 원리를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은 사람

이라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분히 도전해 볼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책이 좋은가 나쁜가가 아니라, 지금 내 목적에 맞는 책인가입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백병동 화성학》과 《김홍인 화성》이 각각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하나씩 비교해 보겠습니다.

국내에서 음대 작곡과 입시를 준비해 본 사람 치고 이 책을 거치지 않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입니다. 그만큼 상징적이고 권위 있는 책입니다.

 

2. 대한민국 화성학의 교과서, 《백병동 화성학》 

 

직접 찍은 백병동 화성학 구판과 최근 개정판
제가 맨 처음에 샀던 책과 제자의 백병동 화성학을 찍어보았습니다.
백병동 화성학 2권 뒷면
저는 10판으로 샀었는데, 벌써 21판 개정판까지 나왔다니...

 

 

제가 입시를 준비하면서 가장 오래 붙잡고 있었던 화성학 책 중 하나가 바로 백병동 화성학입니다.많은 분들이 어려운 책이라고만 알고 있는데, 목차를 보면 오히려 아주 기초부터 차근차근 올라갑니다.

 

1. 이론을 차근차근 쌓기 좋습니다.개념 하나를 배우고 나면 그다음 개념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방식이라 흐름이 잘 끊기지 않습니다.'왜 이 화음은 이렇게 진행해야 하는가', '왜 이 음은 중복하면 안 되는가'처럼 클래식 화성학의 기준을 하나씩 쌓아 나가기에 기본기를 만들기에는 정말 좋은 책입니다.

즉, 이론이 정말 체계적이라는 점입니다.

주3화음, 부3화음, 속7화음처럼 가장 기본적인 개념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범위를 넓혀 가는 구조라, 음악을 처음 배우는 사람도 순서대로 공부하기에는 꽤 체계적입니다.

이 책을 처음 펼쳤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건 생각보다 순서가 정말 잘 짜여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2. 문제 구성이 다양합니다.같은 개념이라도 여러 형태로 반복해서 적용하도록 만들어져 있어서 자연스럽게 복습이 됩니다.이 책의 문제는 "어떤 진행이 더 아름답게 들리는가?"를 묻는 것이 아니라,그래서 단순히 개념을 외우는 것만으로는 생각보다 점수가 잘 나오지 않습니다.

 

3. 의외로 저는 이론 자체보다 문제를 푸는 과정이 더 어렵다고 느꼈습니다.

이론은 목차 순서대로 읽어 나가면 비교적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를 풀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백병동 화성학의 문제는

"어떤 진행이 더 아름답게 들리는가?"를 묻는 문제가 아닙니다.

방금 배운 규칙을 정확하게 적용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문제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같은 개념이라도 여러 형태로 계속 응용해서 출제됩니다.

덕분에 배운 내용을 확실하게 익히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독학하는 입장에서는 생각보다 막히는 순간이 많습니다.

저도 공부할 당시에는 이론을 읽는 것보다 문제를 풀면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백병동 화성학은 이론서라기보다 '훈련 교재'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규칙을 읽는 것에서 끝나는 책이 아니라, 그 규칙을 다양한 문제에 반복해서 적용하면서 몸에 익히도록 만드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4. 실제 음악에서 만나는 다양한 예외를 모두 담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백병동 화성학은 규칙을 배우기에는 정말 좋은 책입니다.

하지만 음악은 수학처럼 정답이 하나만 있는 학문은 아닙니다.

실제로 곡을 분석하거나 작곡을 하다 보면 교과서에서는 금기라고 배운 진행이 의외로 자연스럽게 들리는 경우도 있고, 작곡가가 의도적으로 규칙을 벗어나면서 더 아름다운 소리를 만드는 경우도 자주 있습니다.

저도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책에서는 안 된다고 배웠는데, 이 곡에서는 왜 사용했나요?"

라는 질문을 꽤 자주 받았습니다.

이런 부분은 책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백병동 화성학은 어디까지나 전통 화성학의 원칙을 배우는 교재이기 때문에, 실제 음악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예외나 음악적인 허용까지 폭넓게 다루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규칙을 배우는 책으로는 훌륭하지만,

"왜 어떤 곡에서는 예외가 허용되는가?"

"왜 이 진행은 규칙을 벗어났는데도 자연스럽게 들리는가?"

같은 부분은 실제 작품을 많이 분석하거나 레슨을 통해 함께 공부해야 비로소 이해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3. 조금 더 친절한 클래식, 《김홍인 화성》 

김홍인 화성 구 판
김홍인 화성 제3판(최신판)

 

김홍인 교수님의 《화성》 역시 화성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반드시 접하게 되는 책입니다.

실제로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백병동 화성학과 함께 대표적인 교재로 꼽힙니다.

다만 저는 첫 화성학 책으로는 조금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1. 실제 음악 속에서 화성을 생각하게 만드는 책입니다.백병동 화성학이 하나의 규칙을 배우고 그 규칙을 반복해서 적용하는 방식이라면,그래서 문제를 풀다 보면'음악을 만든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2. 하지만 초보자에게는 오히려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왜냐하면 문제 자체가 "이번 챕터에서 배운 내용만 사용하세요." 라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그래서 막 배운 개념을 하나씩 확인하고 싶은 입문자 입장에서는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오늘은 이 개념을 연습한다.'이미 여러 개념을 알고 있다는 전제로 음악을 만들어 가는 느낌이 더 강합니다.

 

3. 목차도 초보자를 위한 순서는 아닙니다.생각보다 초반부터

네아폴리탄 화음

차용화음

변화화음

같은 내용이 등장합니다.하지만 화성학을 처음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기본적인 기능화성도 아직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내용을 만나게 되면 부담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완전한 입문자가 처음 펼치는 책으로는 조금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4. 상황 중심 설명이 많습니다. 백병동 화성학이라는 느낌이라면,'이런 음악적인 상황에서는 이런 진행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이미 어느 정도 기본기가 있는 사람에게는 훨씬 도움이 되는 방식입니다.먼저 규칙을 익히고 적용하는 편이 더 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처음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백병동 화성학이, 어느 정도 기본기를 갖춘 뒤에는 김홍인 화성이 더 재미있게 느껴질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김홍인 화성만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론을 적용한다'기보다

김홍인 화성은 실제 음악 안에서 자연스럽게 화성을 사용하도록 유도합니다.

김홍인 화성의 가장 큰 장점은 문제가 굉장히 음악적이라는 점입니다.

4. 한눈에 보는 백병동 vs 김홍인 비교

두 책의 핵심 성격을 입문자의 관점에서 표로 요약해 보았습니다.

 

비교 항목 《백병동 화성학》 《김홍인 화성》

성격 정통 학술서, 백과사전식 구성 비교적 친절한 정석 교과서
가독성 다소 빽빽하고 건조함 정돈되어 있고 보기 수월함
설명 방식 압축적이며 깊이 있음 예시가 구체적이고 비교적 직관적임
난이도 상 (독학 강도 매우 높음) 중상 (끈기가 있다면 시도해 볼 만함)
추천 대상 꼼꼼하고 완벽주의 성향의 독학자 차근차근 단계별로 풀어보고 싶은 독학자

5. 취미 작곡가/입문자를 위한 현실적인 화성학 공부법

비입시생인 여러분이 이 두 책 중 하나를 선택해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면, 혹은 화성학을 완전히 처음 시작한다면 다음 가이드를 반드시 명심하세요. 중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할 수 있는 현실적인 로드맵입니다.

① 실용 화성학(재즈 화성학)을 먼저 공부하세요

만약 여러분의 목적이 '컴퓨터 음악(MIDI), 가요, 팝, 재즈, 인디 음악 작곡'이라면 전통 화성학이 아닌 '실용음악 화성학' 책을 먼저 보셔야 합니다. 코드를 영어 알파벳 기호로 읽고, 건반으로 코드 보이싱(C - Em - Am 등)을 짚는 법을 배우는 것이 훨씬 재미있고 직관적입니다. 실용 화성학의 기초를 뗀 뒤에 "소리의 더 깊은 원리와 성부의 독립적인 움직임을 알고 싶다"는 갈증이 생길 때 백병동이나 김홍인 책으로 넘어오는 것이 순서상 가장 매끄럽습니다.

② 피아노나 DAW(작곡 프로그램)를 반드시 옆에 두세요

눈으로만 악보를 읽고 머리로만 이해하는 화성학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책에 나오는 단 한 줄의 음형이라도 피아노로 건반을 직접 눌러보고, 그 소리가 주는 '느낌(긴장감과 해결)'을 귀로 느껴야 합니다. 피아노 연주가 서툴다면 미디 프로그램(Logic, Cubase, Ableton 등)에 음을 하나하나 찍어서 재생해 보세요. 소리를 직접 듣는 과정이 빠지면 화성학은 그저 머리 아픈 수학 공식에 불과하게 됩니다.

③ 완벽하게 풀려고 집착하지 마세요

이 책들에 나오는 연습 문제를 완벽하게 다 풀려고 하면 반드시 도중에 지쳐 나가떨어집니다. 우리는 입시생이 아니기 때문에 5도 병행(Parallel 5th)이나 8도 병행 같은 세세한 '금지 규칙'을 지키지 못했다고 해서 대학에서 떨어질 일이 없습니다. 규칙을 기계적으로 외우기보다는 "아, 이 화음 뒤에는 저 화음이 올 때 소리가 가장 안정적으로 흘러가는구나" 하는 큰 흐름과 맥락을 이해하는 데 집중하세요.

 

《백병동 화성학》과 《김홍인 화성》은 오랫동안 많은 음악 전공생들이 공부해 온 대표적인 화성학 교재입니다.
분명 처음 펼쳐 보면 쉽지 않습니다. 입시를 염두에 두고 쓰인 책이다 보니 입문자에게는 설명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고, 문제를 풀다가 막히는 순간도 자주 찾아옵니다.

그렇다고 해서 겁부터 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화성학을 처음 시작하는 분이라면 기초 이론을 먼저 익힌 뒤 이 책들을 천천히 읽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던 내용도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인 뒤 다시 보면 전혀 다르게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공부하면서 예전에 막연하게 외웠던 코드 진행이나 화성 규칙들이 "아, 그래서 이런 소리가 나는 거였구나." 하고 연결되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결국 화성학은 시험을 위한 암기가 아니라, 음악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한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느리더라도 한 장씩, 한 문제씩 꾸준히 공부하다 보면 어느 순간 악보를 보는 시선도, 음악을 듣는 귀도 분명 달라져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