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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후기

작곡 입시생들은 하루 종일 무엇을 공부할까? 레슨실에서 본 실제 공부 모습

by 키안's 2026. 7. 15.

화성풀이를 하고 있는 학생
화성풀이를 하고 있는 학생(타임어택이라... 매의 눈 감시중)

"작곡 입시를 준비한다고요? 그럼 하루 종일 곡 쓰고 피아노만 치는 건가요?"

상담을 하다 보면 학부모님들께 정말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학생들도 처음 상담을 올 때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곡이면 곡만 만들면 되는 거 아닌가요?"
"피아노만 잘 치면 되는 줄 알았어요."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사실 이상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작곡'이라는 단어만 놓고 보면, 피아노 앞에 앉아 영감을 받아 악보를 써 내려가는 장면이 가장 먼저 떠오르기 마련이니까요.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작곡가는 대체로 그런 모습으로 그려지고요.

하지만 실제로 레슨실에서 보내는 하루는 많은 분들이 상상하는 것과는 꽤 다릅니다. 저는 클래식 작곡을 전공했고, 지금도 작곡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일 레슨실에서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느끼는 것은, 학생들이 피아노 앞보다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훨씬 많다는 사실입니다.

오늘은 실제 레슨실에서 학생들이 어떤 방식으로 하루를 보내는지, 제가 직접 옆에서 지켜보고 느낀 부분들을 조금 자세히 풀어보려고 합니다. 작곡 입시를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분들이라면 "생각보다 공부할 게 정말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드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오전에는 곡을 쓰는 게 아니라 수능공부 혹은 화성학, 청음 등을 합니다. 

많은 분들이 의외라고 느끼는 부분인데, 작곡 입시생이라고 해서 아침부터 피아노 앞에 앉아 곡부터 만드는 경우는 드뭅니다. 오히려 하루를 여는 것은 문제 풀이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학교나 전형마다 세부적인 비중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은 과목들을 함께 공부합니다.

  • 화성학 — 화음 연결의 원리를 이해하는 과목
  • 청음 — 소리를 듣고 악보로 정확하게 받아 적는 훈련
  • 시창 — 악보를 보고 정확한 음정으로 노래하는 훈련
  • 피아노 — 일정 수준 이상의 피아노 연주력을 보는 시험 
  • 작곡 실기 — 실제 곡을 만드는 실전 훈련

학생들은 수능특강 문제집을 풀기도 하고, 제가 따로 만들어 준 프린트를 풀기도 하고 피아노 앞에 앉아서 데일리 청음문제 시창을 하며 과제를 해결하기도 합니다. 어떤 날은 피아노를 치는 시간보다 연필을 쥐고 있는 시간이 훨씬 긴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옆에서 보고 있으면 "저게 작곡 공부 맞나" 싶을 정도로 조용히 앉아 문제만 푸는 시간이 이어지기도 합니다.

청음 과제를 하는 모습도 겉에서 보면 특별한 게 없어 보입니다. 태블릿이나 프린트를 앞에 두고 조용히 앉아 있을 뿐이니까요. 하지만 실제로는 스피커나 헤드폰으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듣고, 그 안의 음정과 화성을 순간적으로 판단해서 악보에 받아 적는 훈련을 하고 있을 때도 많습니다. (이럴때는 건드리지 못해요. 이어폰 끼고 집중하고 있으니까요.)

집중하는 나의 제자들
학생들이 자리에서 집중하면서 과제를 하는 모습을 직접 찍은 사진

 

💬 처음 레슨을 시작한 학생들은 "이걸 듣고 바로 적으라고요? 이게 가능한 일이에요?"라며 놀라곤 하는데, 신기하게도 꾸준히 훈련을 반복하다 보면 대부분 조금씩 귀도 손도 트이기 시작합니다.


📌 작곡 입시는 생각보다 암기해야 할 것도 많습니다

작곡이라고 하면 순전히 창의력만 있으면 되는 공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 역시 학생 시절에는 비슷하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가르쳐 보니, 작곡 입시에도 암기하고 체화해야 하는 이론적인 내용이 상당히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화성학 풀입니다. 화성학은 단순히 코드 몇 개를 외우면 끝나는 공부가 아닙니다.

  • 어떤 화음이 다음에 어떤 화음으로 연결되어야 자연스러운지
  • 왜 이런 진행이 음악적으로 타당한지
  • 반대로 어떤 음의 진행은 피해야 하는지

그래서 학생들은 문제를 한 번 풀고 끝내지 않습니다.

악보를 그렸다가 지우고, 다시 써 보고, 피아노로 직접 소리를 확인해 보고, 또 수정합니다.

처음에는 한 문제 푸는 데 20~30분이 걸리는 학생도 있습니다.

옆에서 보면 그저 조용히 연필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머릿속에서 계속 계산하고 비교하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도 바로 이것입니다.

"선생님, 규칙은 알겠는데 막상 문제를 풀려고 하면 왜 이렇게 헷갈릴까요?"

그럴 때마다 저는 "그게 당연한 과정"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화성학은 단순히 외우는 과목이 아니라, 같은 원리를 여러 문제에 반복해서 적용하면서 몸에 익혀 가는 과목이기 때문입니다.


📌 피아노도 중요한 과목입니다. 하지만 연습 방식이 조금 다릅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작곡 입시면 피아노를 제일 많이 치는 거 아닌가요?"라는 질문도 자주 받습니다.

반은 맞고, 반은 아닙니다.

작곡과 입시에도 대부분 피아노 실기 시험이 있기 때문에 피아노 연습은 매우 중요합니다. 실제로 학생들은 자유곡이나 지정곡을 연습하며 연주 실력을 꾸준히 키워야 합니다.

하지만 작곡과 학생들에게 피아노는 실기 과목인 동시에 공부 도구이기도 합니다.

  • 자신이 직접 만든 음악이 실제로 어떻게 들리는지 확인하고
  • 화성을 쌓아서 소리로 들어보고
  • 완성한 작곡과 화성풀이를 직접 연주해 보면서 검토합니다

즉, 피아노를 단순히 연습곡만 치는 악기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이해하고 확인하는 도구로도 계속 활용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레슨실을 보면 피아노만 두세 시간 계속 치는 날은 오히려 많지 않습니다.

피아노를 치다가 화성학 문제를 풀고,

다시 청음을 하고,

작곡 과제를 쓰다가 또 피아노 앞에 앉아 확인하는 식으로 하루가 흘러갑니다.

학생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시험이 가까워질수록 한 과목만 오래 붙잡기보다는 여러 과목을 번갈아 공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시험도 여러 영역을 연속해서 치르는 만큼, 이런 방식이 실전 감각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피아노 연주를 통해 레슨을 하고 있는 모습
쓴 곡을 레슨해주고 다시 수정및 제안을 해줄 때 반드시 필요한 피아노


📌 쉬는 시간에도 결국 음악 이야기로 돌아옵니다

레슨실에서 지내다 보면 재미있게 느껴지는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쉬는 시간이 되어도 음악 이야기가 잘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 화성 진행이 더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오늘 보여주신 합격작 선배곡이 너무 좋았어요."

가끔은 정작 입시 이야기보다 좋아하는 작곡가나 최근에 인상 깊게 들은 영화음악 등의 이야기로 더 오래 대화가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런 시간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학생들이 입시라는 목표 안에서도 자연스럽게 음악을 즐기는 태도를 잃지 않는다는 것을 여러 번 느꼈습니다. 압박감이 큰 상황에서도 이런 여유가 남아 있다는 게 개인적으로는 다행스럽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 시험이 가까워질수록 레슨실의 공기가 달라집니다

시험이 가까워질수록 레슨실 분위기는 확실히 달라집니다.

평소에는 쉬는 시간마다 웃고 떠들던 학생들도 시험이 한 달 정도 남으면 자연스럽게 말이 줄어듭니다. 책상에 앉으면 인사만 하고 바로 문제를 풀기 시작하고, 틀렸던 문제를 다시 꺼내 보거나 같은 유형을 몇 번이고 반복합니다.

레슨을 하다가 잠깐 둘러보면 모두 고개를 숙인 채 자기 문제에만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처음 보는 분들은 분위기가 너무 무거운 것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이런 시간이 가장 좋아 보입니다.

누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묵묵히 공부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쌓인 시간이 결국 시험장에서 그대로 드러나는 것도 여러 번 봤습니다.

평소에는 청음 한 문제도 어려워하던 학생이 시험 직전에는 자연스럽게 풀어내고, 화성학 때문에 고민하던 학생이 어느새 자신 있게 답을 써 내려가는 모습을 볼 때면 '역시 실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시험이 다가올수록 조용해지는 레슨실을 볼 때마다 긴장감보다는 성장하고 있는 과정이라는 느낌을 더 많이 받습니다.


📌 결국 작곡 입시는 '곡만 만드는 공부'가 아니었습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아직도 많은 분들이 "작곡 입시는 결국 영감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라고 물으십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제가 느낀 것은 조금 달랐습니다.

좋은 곡은 순간의 영감만으로 완성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 귀를 훈련하는 청음
  • 음악의 원리를 이해하는 화성학
  • 건반 위에서 직접 소리를 확인하는 피아노
  • 그리고 수없이 고치고 다시 써 내려가는 작곡 과제

이런 과정들이 하나씩 쌓이면서 비로소 한 곡이 완성되는 것을 지켜봐 왔습니다. 지금 함께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도 처음부터 잘했던 것은 아닙니다. 같은 문제를 수십 번 틀리기도 했고, 청음이 잘 들리지 않아 답답해하며 속상해하던 날도 분명 있었습니다.

다만 그렇게 매일 조금씩 쌓인 시간들이 결국 실력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도 상담을 오시는 학부모님들께 늘 비슷한 말씀을 드립니다.

"작곡 입시는 단순히 곡을 만드는 공부가 아니라, 음악을 이해하는 방법을 하나씩 배워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신 학생이나 학부모님께서도 "작곡 입시는 도대체 무엇을 배우는 곳일까" 궁금하셨다면, 오늘 이야기가 그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풀어드렸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