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30 영화관에서 클래식 전공자가 혼자 눈을 질끈 감는 순간: 스크린 속 악기 연주 '옥에 티' 영화 보다가 혼자 멈칫한 적 있습니다. 화면엔 웅장한 오케스트라가 울려 퍼지고 주인공이 바이올린을 켜는데, 들리는 소리는 고음역대인데 왼손은 1포지션에 그대로 붙어 있었습니다. 옆에 앉은 친구는 감동받아 훌쩍이고 있었고요. 저는 혼자 속으로 "저 포지션에서 저 소리가 나올 리가 없는데" 중얼거리고 있었습니다.클래식 전공하고 나면 생기는 직업병이 있습니다. 영화나 드라마 속 가짜 연주를 본능적으로 잡아낸다는 겁니다. 일반 관객한테는 눈물샘 자극하는 명장면인데, 전공자한테는 순식간에 몰입이 깨지는 순간이 됩니다. 억울하게도 이게 의식적으로 하려는 게 아니라 그냥 눈에 들어옵니다. 작곡을 전공하고 피아노를 부전공으로 배우다 보니 특히 피아노 장면에서 이 직업병이 제일 심하게 발동됩니다.오늘은 영화 속에서 자주.. 2026. 6. 11. 30대 여자 난소종양 수술 입원 후기: 병원 가방 싸다가 알게 된 진짜 꿀템과 쓸모없는 것들 건강검진에서 "난소에 혹이 있어요, 수술하셔야 합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30대에 수술이라니, 실감이 안 났습니다.입원 날짜를 잡고 나서 제일 먼저 한 게 블로그 검색이었어요. 입원 가방 뭐 싸야 하나 찾아봤는데, 다들 비슷비슷한 목록만 있고 실제로 수술 후에 어떤 게 진짜 필요한지는 잘 안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캐리어에 잔뜩 싸갔다가, 절반은 지퍼도 못 열고 들고 나왔습니다.저처럼 첫 수술과 입원을 앞두고 불안한 마음으로 가방을 싸고 계실 분들을 위해, 3박 4일간 병원 침대 위에서 깨달았던 '진짜 유용한 준비물'과 '의외로 짐만 되었던 물건들', 그리고 미리 알았더라면 덜 당황했을 병원 생활의 현실을 솔직하게 털어놓아 봅니다. ① 멀티탭과 긴 충전선 (3m 이상 추천)수술 다.. 2026. 6. 10. 화성학 독학, 정말 가능할까? 작곡 전공자가 말하는 현실적인 한계 유튜브에서 멋진 비트를 만드는 프로듀서들을 보거나, 내가 좋아하는 곡의 코드를 분석해 보고 싶을 때 누구나 한 번쯤 품는 의문이 있습니다."화성학, 학원 안 다니고 책이랑 유튜브로 독학할 수 있을까?"음악을 제대로 하려면 왠지 화성학(Harmony)이라는 거대한 산을 넘어야 할 것 같은데, 레슨을 받자니 비용이 부담스럽고 학원은 문턱이 높아 보입니다. 결국 서점에 가서 가장 유명하다는 화성학 교재를 사거나 유튜브 추천 강의를 재생하며 의기양양하게 독학을 시작하곤 하죠.하지만 실제로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초반 몇 주 안에 포기합니다.처음에는 재밌다가도 4성부 배치가 나오기 시작하면 갑자기 공부가 아니라 퍼즐 맞추기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저 역시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하고 수많은 입시생과 취미생을 지도해.. 2026. 6. 9. 같은 곡인데 왜 악보 가격이 3만 원일까? 전공자가 결국 유료 악보를 사는 이유 피아노를 배우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겁니다."IMSLP에 무료 악보도 있는데 굳이 3~5만 원짜리 악보를 사야 하나?"저도 대학 들어가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실제로 입시 시절에는 IMSLP에서 악보를 출력해서 제본해 쓰는 경우가 많았고, 솔직히 악보는 음만 맞으면 다 똑같은 줄 알았습니다.그런데 대학에 들어가고 레슨을 받으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같은 베토벤 소나타인데도 어떤 악보는 슬러가 다르고, 어떤 악보는 페달 표시가 다르고, 심지어 악상기호가 서로 다른 경우도 있었기 때문입니다.처음에는 "뭐가 맞는 거지?" 싶었습니다. 그러다 헨레(Henle) 원전판과 일반 무료 PDF 악보를 직접 비교해 보고 나서야 왜 전공자들이 비싼 악보를 사는지 이해하게 됐습니다.생각보다.. 2026. 6. 8. 전공자가 직접 구독하고 수업에 쓰는 클래식 유튜브 채널 추천 및 솔직한 리뷰 작곡과 3학년 때 번아웃이 제대로 왔습니다. 화성학, 대위법, 분석 과제에 피아노 부전공 레슨까지 매주 뭔가를 제출하고 연주하는데, 정작 음악이 재미가 없어졌습니다.그때 유튜브 알고리즘이 쇼팽 녹턴 영상 하나를 던져줬고, 새벽 두 시에 멍하니 보다가 잠들었습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그게 꽤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악보만 파던 입장에서, 연주자가 프레이징을 어떻게 선택하는지 보는 게 신기했습니다. 같은 곡인데 해석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도요. 작곡하면서 연주자 입장을 별로 안 생각했던 건데, 유튜브 보면서 그 부분이 조금 바뀌었습니다.졸업하고 학생들 가르치면서도 가끔 채널 링크를 보내주곤 합니다. 그중에서 실제로 도움됐던 것들만 추려봤습니다.수많은 채널 중 전공자의 눈으로 엄선한 실제 교육 현장.. 2026. 6. 6. 예중·예고 없이 상위권 음대 입시는 불가능할까? 뒤늦게 시작한 일반고 입시생을 위한 현실적인 조언 1. 고2 여름, 음악 입시를 뒤늦게 결심했을 때 마주한 차가운 시선"선생님, 저 지금부터 진짜 열심히 준비해서 상위권 음대에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인문계 일반고등학교 2학년 여름 방학이 끝날 무렵, 제가 조심스럽게 음악 학원 선생님께 이 말을 꺼냈을 때 돌아온 반응은 따뜻한 격려보다는 우려 섞인 한숨이었습니다. 당시 선생님께서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차근차근 짚어주셨습니다.음악 입시는 단순히 수능 공부처럼 막판에 밤을 새워 엉덩이로 밀어붙인다고 해서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것, 그리고 어릴 때부터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학생들과의 물리적인 시간 격차가 생각보다 훨씬 거대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가슴이 답답해졌습니다. 공부를 피하기 위한 도피처로 음악을 선택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뒤늦게 음악에 깊이 몰입.. 2026. 6. 4.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