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의고사에서 3~4등급 정도 받던 학생이 실제 수능에서는 5등급을 받아오는 경우를 정말 많이 봤습니다.
저는 음대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이게 제일 안타까웠습니다. 모의고사에서 3등급, 4등급 정도 나오면 학생도 어느 정도 마음을 놓습니다. 실기도 해야 하니까요. 본인도 수능이 중요하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마음 한구석에는 항상 이런 생각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수능에서 이 정도는 나오겠지.'
그런데 실제 수능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요즘은 음대 정시에서도 수능 성적을 예전처럼 가볍게 볼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예체능 입시생이 하루 종일 수능 공부만 할 수도 없습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실기에 써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들에게 수능 공부를 많이 하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반대로 이야기했습니다.
수능특강 1강, 즉 하루에 딱 3~4문제만 하자고 했습니다.
1. 예체능 입시, 모의고사 3등급이 수능 5등급 되는 이유
제가 봤을 때 예체능 입시생들이 수능에서 무너지는 가장 큰 이유는 공부를 못해서라기보다는 수능을 준비할 절대적인 양이 부족해서입니다.
대치동에서 수능 위주로 준비하는 인문계 학생들과 예체능 학생들은 생활 자체가 다릅니다. 인문계 학생들은 하루 종일 수업을 듣고 문제를 풀고 모의고사를 보고 오답을 합니다. 반면 예체능 학생은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실기에 써야 합니다.
음대만 해도 개인 연습을 해야 하고 레슨도 받아야 합니다. 입시가 가까워지면 실기 때문에 정신이 없습니다.
그러니 모의고사를 보는 횟수부터 차이가 납니다.
그런데 모의고사에서 어쩌다 3등급이나 4등급이 나오면 학생들이 조금 방심합니다.
'나는 공부 많이 안 해도 이 정도 나오는데?'
이렇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이 생각이 제일 위험하다고 봅니다.
수능 미만 잡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닙니다. 결국 대학에 제출되는 점수는 평소 모의고사 최고점이 아니라 수능 당일 받은 점수입니다.
실제로 모의고사에서 3~4등급을 받다가 수능에서 5등급으로 떨어진 학생들을 꽤 봤습니다.
물론 긴장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어려운 문제가 나왔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지켜본 학생들은 대부분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수능까지 꾸준하게 문제를 풀어본 양이 부족했습니다.

2. 공부해도 안 오른다는 오해, 시간 없다는 오해
예체능 학생들에게 수능 공부 이야기를 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두 가지입니다.
'해도 잘 안 올라요.'
그리고
'할 시간이 없어요.'
저는 둘 다 어느 정도는 이해합니다.
실기를 해보면 압니다. 하루 종일 연습하고 나면 책상에 앉기도 싫습니다. 몸도 힘들고 머리도 지칩니다. 거기에 국어, 영어까지 공부하라고 하면 학생 입장에서는 엄청난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처음부터 많은 양을 시키지 않았습니다.
수능특강 기준으로 하루 1강 정도, 실제 문제 수로 보면 한 과목당 3~4문제 정도였습니다.
3~4문제를 푸는 데 하루가 다 가는 건 아닙니다.
이 정도는 시간이 없어서 못 하는 양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문제는 양이 아니라 매일 하는 것이었습니다.
학생들은 처음 며칠은 잘합니다. 일주일도 합니다. 어떤 학생은 몇 주 동안 정말 열심히 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실기 일정이 많아지고 피곤해지면 하루 빼먹습니다.
그다음에는 이틀이 되고, 일주일이 됩니다.
결국 수능이 얼마 안 남았을 때 다시 책을 펼칩니다.
제가 학생들에게 계속 강조했던 건 '오늘 많이 해라'가 아니었습니다.
수능 보는 날까지 끊기지만 말자였습니다.
하루 3~4문제가 너무 적어 보여도 100일이면 300~400문제입니다.
반대로 처음에 하루 30문제씩 풀다가 2주 만에 그만두면 결국 남는 게 별로 없습니다.
제가 본 학생들 중 수능을 완전히 망쳤다고 이야기하는 학생들은 대단한 공부를 못 해서 망한 경우보다, 하루 3~4문제라는 이 적은 양조차 꾸준히 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3. 노베이스면 수능개념부터, 2달이면 충분하다
그렇다고 모든 학생에게 바로 수능특강을 풀라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6~7등급 정도 나오는 학생들은 수능특강부터 들어가면 오히려 금방 지칩니다.
문제를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몇 문제 풀어도 계속 틀리니까 '역시 나는 공부해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학생들에게 수특을 잠깐 미뤘습니다.
먼저 EBS 수능개념 같은 기본 강의부터 듣게 했습니다.
기본적인 개념을 알아야 문제를 읽었을 때 어디서부터 접근해야 하는지라도 보이기 때문입니다.
수능개념을 끝내는 데 대략 2달 정도 잡았습니다.
수능 공부만 하는 학생이 보면 '수능개념 하나 듣는데 2달이나 걸려?'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상황이 다릅니다.
하루의 대부분을 실기에 쓰고 있습니다.
수능 공부는 남는 시간에 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2달이면 오히려 빠르다고 생각했습니다.
중요한 건 빨리 끝내는 게 아니었습니다.
기본도 없는 학생에게 어려운 문제집을 던져주고 포기하게 만드는 것보다,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이해하면서 앞으로 나가는 게 훨씬 낫습니다.
특히 6~7등급 학생들은 원래 공부 자체에 자신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기도 힘든데 공부까지 안 되면 금방 포기합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욕심내면 안 됩니다.
한 강 듣고, 몇 문제 풀고, 다음 날 또 하는 식으로 가야 합니다.
4. 수특→수능완성→파이널, 하루 3~4문제 루틴
제가 학생들에게 시켰던 방식은 복잡하지 않았습니다.
수능특강 → 수능완성 → 파이널
순서대로 갔습니다.
한 과목당 하루 3~4문제 정도였습니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두 번씩 돌리고 싶었습니다. 수특도 2회독, 수능완성도 다시 한번 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잘 안 됐습니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방법 자체에 익숙하지 않았고 실기 일정도 계속 있었습니다.
결국 대부분 1회독 정도밖에 못 했습니다.
대신 하나는 지키려고 했습니다.
하루도 완전히 놓지는 않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재수생 중에 처음에는 국어와 영어가 5~6등급 정도 나오던 학생이 있었습니다.
그 학생도 처음부터 공부를 잘했던 게 아닙니다.
그냥 정해놓은 양을 계속 했습니다.
수능특강을 하고, 수능완성을 하고, 마지막에 파이널까지 갔습니다.
결과적으로 실제 수능에서 국어 3등급, 영어 4등급을 받고 시립대 음대에 최초합했습니다.

저는 이 학생을 보면서 역시 예체능 수능은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쏟는 것보다 '끊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했습니다.
5등급 학생에게 하루에 국어 3시간, 영어 3시간 하라고 하면 며칠 못 갑니다.
하지만 하루에 몇 문제씩은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별 변화가 없는 것 같아도 몇 달 뒤에는 차이가 납니다.
매일 조금씩 본 학생은 지문을 읽는 속도부터 달라집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험지를 봤을 때 문제 자체가 낯설지 않습니다.
저는 그게 생각보다 굉장히 크다고 봅니다.

5. 수능 대박이 목표가 아니다, 후회 없는 게 목표다
저는 학생들에게 수능 대박 난다는 이야기를 잘 하지 않습니다.
매일 문제를 3~4개씩 푼다고 해서 무조건 1등급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특히 예체능 학생은 수능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애초에 다릅니다.
그래서 목표를 현실적으로 잡아야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목표는 수능 대박이 아닙니다.
수능이 끝난 뒤 후회하지 않는 것입니다.
실기가 중요하다고 수능을 완전히 놓고 있다가 수능 성적표를 받은 뒤에 '조금만 공부할걸' 하는 학생을 많이 봤습니다.
그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반대로 매일 조금이라도 한 학생은 결과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자기가 할 수 있는 건 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그 차이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예체능 학생에게 수능 공부 5시간 하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실기를 줄이고 공부만 하라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하루 중 정말 조금만 떼자는 이야기입니다.
한 과목당 하루에 3~4문제밖에 안 푸는 시간인데 이 시간 쓰지말걸... 이렇게 생각하는 학생들은 없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들에게 항상 많이 하려고 하지 말라고 합니다.
오늘 30문제를 풀고 내일부터 안 하는 것보다 오늘 3문제, 내일 3문제, 그다음 날도 3문제를 하는 편이 낫다고 봅니다.
수능 전날까지 그렇게 갔으면 합니다.
결과가 몇 등급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적어도 성적표를 받고 나서 '그때 하루 몇 문제라도 풀걸'이라는 후회는 남기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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